[50일차] 감염 및 염증성 질환과 장내 미생물 : Clostridioides difficile, SARS-CoV-2, IBD(Inflammatory Bowel Disease)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선 저번 '당뇨병과 장내 미생물'에 대해 다룬 글에 이어 '감염 및 염증성 질환과 장내 미생물'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49일차] 당뇨병(diabetes mellitus)과 장내미생물 : 제1형 당뇨병, 제2형 당뇨병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선 저번 글에 이어 '질병과 장내미생물'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48일차] 개요, 장내 미생물과 숙주 면역계 간의 상호작용에 대하여 (+ 항생제의 위험성)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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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염성 질환과 장내 미생물
감염(infection)은 병원체(세균),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그 수가 많아지는 것1)을 말합니다. 그렇게 미생물에 의해 감염되어 나타나는 질환을 '감염병(infectious disease)'이라고 하죠. 세균에 의한 감염병의 사례는 전 글에서 언급했던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Clostridioides difficile) 감염이 있습니다. 클로스트리디움 비피실균은 항생제 내성을 갖기에 항생제 처치로 인해 건강한 장내미생물군들이 사멸할 때 독자적으로 살아남아서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되어 감염을 발생시킵니다. 다시말해, 원래 장에 거주하던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이 특정 요인에 의해 같이 살던 장내미생물들이 사라지니까 차지할 수 있는 서식지와 먹이가 늘어나 더욱 왕성하게 증식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문제는 왕성하게 증식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 집단은 장 내벽(intestinal lining)에 손상을 가하는 강한 독소들(potent toxins)을 생산함으로써 중증 대장염과 생명을 위협하는 설사(life-threatening diarrheea)를 야기할 수 있다2)는 것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외부 침입균들이 우리의 장에 정착하거나, 장벽을 뚫고 체내에 침입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건강한 상태에서는 장내 공생균들이 외부 침입균에 대한 1차 방어선으로 작용하여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의 정착과 증식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생제 처치 등으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거나 장내 미생물 조성이 변하게 되면 병원균들은 장내 공생균들의 방해 없이 장에 쉽게 정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병원균들은 과도한 염증반응으로 상피세포벽이 뚫려 장 누수가 발생했을 때(혹은 그들이 생산한 독소 등으로 장 누수가 발생했을 때) 체내에 침입해 혈관을 타고 곳곳을 누비며 우리 생존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이로인해 나타나는 질환을 바로 '패혈증(sepsis)'이라고 합니다.
패혈증은 전세계적으로 발병률과 사망률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감염성 질환으로, 중증 염증 반응과 다기관 손상(multiple organ dysfunction syndrome, MODS)을 수반한다6)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세균 산물들과(bacterial products)과 독소들이 순환계로 유입되어 전신 염증반응(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을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뒤에서도 소개하겠지만 그람 음성균의 외막을 구성하는 LPS(hexa-acyl 형태)가 혈류로 유입되면 우리 몸에선 격렬한 염증 반응이 촉진되죠*. 그렇게 되면 전신 염증반응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폐(lung)로 유입된 염증성 면역세포들에 의해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3). 이전에 장내미생물이 패혈증에 미치는 인과적 효과를 다룬 논문을 정리해본 적이 있는데요. 관련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참고자료6)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LPS-binding protein(LBP)에 LPS가 결합하고, LPS-LBP 복합체를 선천면역세포(단핵구/대식세포, 수지상세포, 호중구)의 경우엔 mCD14 (세포막형)에 결합하고 이를 TLR4/MD‑2에 넘겨주고, 내피/상피 등 비면역세포의 경우엔 sCD14(가용형)에 결합하여 이를 TLR4/MD‑2에 넘겨주어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함.
[37일차] 오픈소스 논문 리뷰 연습 03 :: Causal effects of gut microbiota on sepsis and sepsis-related death: insights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장내미생물이 패혈증에 미치는 causal effects에 대해 분석한 논문을 정리해보도록하겠습니다. Causal effects of gut microbiota on sepsis and sepsis-related death: insights from genome-w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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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감염병은 COVID-19 펜데믹이 전 세계를 뒤흔들면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해졌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병은 세균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장내 미생물 조성으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장내 미생물 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COVID-19 감염과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폐기관계(pulmonary system)와 장내 미생물 사이의 상호소통(crosstalk, 다른 말로 gut-lung axis)이 존재한다3)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중증 코로나 19 환자일수록 장내 미생물군 다양성이 감소하고 항염증(anti-inflammation)에 기여하는 유익균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음이 확인되었다7)고 합니다.
앞서 자주 등장했던 장내 미생물의 대사산물인 SCFA(Short Chain Fatty Acid) 또한 COVID-19 감염과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장내미생물 불균형(건강한 장내미생물 군집 파괴)으로 인한 SCFA 합성의 결핍은 COVID-19의 발병(pathogenesis) 및 중증도(seveirty)와 정적으로 연관되어 있다3)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인 듯 합니다. 앞서 말했듯 장내미생물에 의해 생산된 SCFA는 항염증 기능을 유도하면서 장벽을 튼튼하게 하는, 면역계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머릿 속의 추론은 실제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연구들에서는 SCFA의 결핍이 면역계의 불기능을 야기해 COVID-19의 발병 및 질병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신뢰도 높은 검증 과정을 통해 밝혀냈습니다. 물론 장내 미생물 불균형에 의한 SCFA 결핍이 COVID-19 감염의 원인인지 혹은 감염의 결과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선 앞으로 밝혀가야 할 필요가 있다3)고 합니다. 이외에도 장내 미생물은 COVID-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유입하기 위해 특이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세포 표면의 수용체인 'ACE2'의 감소된 발현을 유도하여 바이러스의 침입 및 복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3)고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엔지오텐신 전환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2, ACE2)라는 매우 중요한 수용체를 특이적 표적으로 삼는다. 이 수용체는 혈압 조절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몇 가지 기능에 관여한다. 몸 속 많은 세포가 이 수용체를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감염될 수 있다. 코와 허파의 상피 세포에 ACE2 수용체가 많다. 4)
결국 장내 미생물이 ACE2 발현을 감소시킨다는 건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오기 위해 인식해야 하는 세포 수용체를 감소시킨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투를 어렵게 할 수 있어 왠지 감염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나요? 그렇지만, 생물학적 시스템은 단순하지 않죠. 각각의 단백질들이 다양한 생물학적 경로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문제가 되는 단백질을 제거 했는데 그 단백질이 생존에 필수적인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위의 구절에서 말했듯 ACE2라는 수용체는 우리 몸 속 많은 세포들이 가지고 있으며, 혈압 조절과 같은 생명에 필수적인 기능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ACE2는 수용체이면서 효소 활성을 갖기에 자체적으로 면역 반응과 장 점막 기능(ex. 항염증 기능)을 조절5)할 수 있습니다(ex. 염증성 인자(Angiotensin II)를 항염증성 인자(Angiotensin-(1-7)로 전환, 트립토판 흡수를 도와 항균 펩티드 생산에 기여). 따라서 장 상피세포의 ACE2 발현량이 너무 낮아지면 장 조직의 항상성 및 면역 방어력이 약해져 장내 염증 증가나 전신적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너무 수박 겉햝기 식인거 같긴 한데 관련 질병을 다룰 땐 보다 깊게 이해해야 될 듯 싶습니다. 그래도 결국 알아두어야 할 핵심은 장내 미생물 조성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 혹은 결과로서 질병의 발생 혹은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물론, 장내 미생물 불균형은 염증을 수반하여 신체 기능 손상을 야기해 질병 중증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인 '장내세균혁명'에서는 감염과 염증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감염이 되었을 경우 면역계는 감염을 물리치려하기 때문에 염증의 불길이 더욱 거세진다. 이때 항생제가 들어오면 미생물군이 약화되어 염증 과정이 더욱 촉진된다. 8)
다시 말해, 감염은 과도한 염증 반응을 유도할 수 있고, 과도한 염증 반응은 염증성 장질환(IBD), 대장염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항생제 등으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게 되면, 장내 미생물의 항염증 유도 기능을 잃게 만들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염증과 장내미생물 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염증성 질환과 장내 미생물
모든 종류의 질병은 염증의 확산에서 비롯되며 면역계는 염증을 통제한다. 미생물군은 면역 반응을 조절하거나 관리함으로써 인체의 염증에 관여하게 된다. 8)
염증(inflammation)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전 글에서 정리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48일차] 개요, 장내 미생물과 숙주 면역계 간의 상호작용에 대하여 (+ 항생제의 위험성)
안녕하세요, 오늘은 장내미생물과 숙주 면역계 간의 상호작용 양상 및 분석 툴에 대해 다룬 자료 및 논문들의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하는데요.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몇 가지 주제로 나눠 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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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복습해보자면 염증은 면역세포들의 신호를 받아 특정 부위에서 혈관이 확장되면서 온갖 면역세포, 공격용 단백질 등이 가득한 혈장이 특정 부위로 몰려들게 하는 과정입니다. 즉, 면역세포와 공격용 단백질들이 감염부위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이죠. 빌 브라이슨이 집필한 '바디(The Body)'라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염증은 본질적으로 몸이 손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싸우면서 생기는 열이다. 상처 주변의 혈관은 팽창하면서 상처 부위로 피가 더 많이 흐를 수 있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침입자들과 맞서 싸울 백혈구를 운반한다. 그 결과 그 부위가 부풀게 되고, 주변 신경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압통이 생긴다. 9)
염증은 일반적으로 발적, 발열, 종창(부어오름), 통증, 기능 상실이라는 다섯 가지 징후4)를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염증 반응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들이 우리에게 감각적으로 고통을 주긴 하지만, 그러한 고통은 우리가 위험에 처했다는 걸 인식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우리 몸을 외부 침입에 의한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줍니다. 앞서 말했듯 염증 반응이 발생하면 면역세포와 보체와 같은 공격용 단백질들을 신속하게 감염부위로 몰려들 수 있게 하기 때문이죠. 또한, 상처의 온도가 올라가면 보통 미생물들은 열을 좋아하지 않기에 행동이 느려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상피 세포들은 대사가 빨라져 상처는 훨씬 빨리 아물게 됩니다.
물론 염증이 심하면 우리 몸의 건강한 주변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몸은 염증 반응이 우리 몸의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위에선 염증 반응이 최대한 신중하게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우리 몸에서 피부를 제외하고 외부와 끊임없이 접촉하는 곳은 바로 '장(gu)'입니다. 우리는 매일 밥을 먹고 기분 전환 겸 중간중간 간식을 먹기에 장에는 끊임없이 외부 음식들이 들어오고, 그와 함께 위산의 공격을 뚫고 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들도 들어옵니다. 따라서 장은 감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신속한 면역반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 곳곳에는 선천면역세포는 물론 후천면역세포도 집결해 있는 '파이어 판(Peyer patchs)'이 존재합니다. 그러면서도 장에서의 염증 반응은 굉장히 신중하게 이루어집니다. 장에서의 염증반응은 주변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는 만큼 단층으로 된 상피세포벽 손상을 야기해 소화 기능의 상실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에 상주하고 있는 대식세포는 보통 주변 조직의 손상을 가중시키는 중성구를 불러들이지도, 사이토카인 방출을 통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도 않는다4)고 합니다. 또한, 장에서 주로 분비되어 세균을 공격하는 항체인 IgA 또한 다른 항체들과 달리 보체계를 활성화하지 않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장에 거주하는 공생균들은 항염증 기능을 하는 면역세포의 증식 및 분화를 유도함으로써 면역 관용을 유도합니다.
미생물은 염증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장내세균이 균형이 맞고 다양하면 몸에 발생하는 염증의 양이 조절된다. 적절한 수준에서 장내세균의 종류가 다양하면 염증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몸과 뇌에서 덜 생산된다. 8)
개인적으로 장염만큼 고통스러운 염증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굴을 먹고 한번 장염에 걸린 뒤론 굴은 거들떠도 안봅니다. 그렇지만 굴을 먹지 않는 것 만으로 모든 장염의 위험을 방지하긴 어렵습니다. 결국 장에서의 잘못된 염증 반응을 방지하기 위해선,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만약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 감소, 항염증 공생균 감소, 유해균 증가 등으로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이 발생하게 되면 장 점막에서 면역 과민 반응이 유도되고, 그로 인해 만성 염증을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만성 염증은 다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죠*. 지난 연구들에서 염증성 장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 환자들에게서 Firmicutes(유익균)의 비율이 줄고 Proteobacteria(일부 기회감염균 포함)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부틸산 생성균(예: Roseburia, Faecalibacterium 등)과 같은 항염증성 미생물이 감소하는 패턴이 자주 관찰되었다10)고 합니다. 이러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IBD의 원인인지 결과인지에 대해선 인간을 대상으로 인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여전히 논쟁에 있다10)고 하지만, 분명한 건 IBD와 장내미생물 불균형 사이의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장내미생물이 IBD의 일종인 궤양성 대장염(UC, ulcerative colitis)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룬 논문을 살짝 읽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 염증 과정에서 활성 산소(ROS)와 활성 질소종(RNS)의 과잉 생성은 장내 화학적 환경을 변화시키고, 이는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며 염증에 더 강한 균종이 우세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구체적으로, 산소와 산화 스트레스에 취약한 혐기성 유익균은 감소하는 반면 산소와 질산염을 이용할 수 있는 호기성 또는 착수성 미생물(프로테오박테리아 계통)의 성장은 촉진됩니다.
[30일차] 논문 간단 소개 :: 장내 미생물이 면역계, 그리고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에 미치는
이번 글에서는 어제 읽은 논문인 'Integrative analysis of single-cell RNA-seq and gut microbiome metabarcoding data elucidates macrophage dysfunction in mice with DSS-induced ulcerative colitis(2024)'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던 부분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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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D 환자에게서 증가하는 세균인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는 그람 음성균입니다. 그람 음성균은 그람 염색 시 그람 양성균과 달리 바이올릿 색깔이 아닌 핑크색으로 염색되는 균입니다. 또한, 두꺼운 펩티도글리칸 층을 갖는 그람 양성균과 달리 얇은 펩티도글리칸 층을 가지면서 LPS(리포 다당류, Lipopolysaccharide)로 구성된 외막을 갖습니다.
그람음성균들은 종마다 다른 LPS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프로테오박테리아의 LPS 구조는 상피세포나 면역세포의 TLR4(Toll-like receptor 4)에 의해 ‘위협 신호’로 인식되어 강한 염증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LPS가 과도하게 존재하면, 면역 반응이 과활성화되어 사이토카인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될 수 있고, 특정 LPS에 의한 TLR4 신호는 NF-kB와 같은 염증경로를 통해 치밀 연접 구성 단백질의 내재화(endocytosis) 및 분해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다14). TLR4 신호가 TJ(치밀연접) 단백질의 내재화 및 분해를 통해 상피세포벽을 느슨하게 하는 이유는 급성 감염 상황에서는 상피세포벽을 느슨하게 만들어 면역세포, 항체, 보체가 장내 미생물과 더 잘 접촉하도록 하는 게 생존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렇지만, 상피세포 간의 TJ가 약화되는 건 장 침투성 증가 즉, 장 누수(leaky gut)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후벽균(Firmicutes)과 함께 장내 미생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간균(Bacteriodetes) 또한 LPS로 구성된 외막을 갖습니다. 그렇지만 위의 문단에서 말했듯 그람음성균의 종(species)에 따라 각 균주가 만드는 LPS의 형태는 서로 다를 수 있죠. 단백질은 형태가 기능을 결정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는 TLR4를 강하게 자극하는 형태를 가진 LPS(hexa‑acyl(lipid A 6개 지방산 사슬))를 만듭니다. 반면, 의간균은 Penta/tetra-acyle 등 저아실화(under-acylated) 형태의 LPS를 만들죠. 이때 의간균이 만든 LPS는 TLR4 신호를 약화하거나 프로테오박테리아의 LPS를 경쟁적으로 억제해 '면역 완충(immunoinhibitory activity)' 역할을 한다12)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의간균이 감소해 면역 완충력이 사라지면 프로테오박테리아의 LPS가 TLR4를 자극하기 수월해져서(의간균은 프로테오박테리아와 동일한 탄수화물/점액 자원을 놓고 경쟁) TNF‑α, IL‑1β 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폭발적으로 분비시켜 치밀연접 단백질 등의 분해를 유도함으로써 장벽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의간균은 SCFA인 프로피온산이나 아세트산을 직접 만들고, 부티르산 생산균(ex. Faecalibacterium)을 cross-feeding으로 지원합니다. 앞서 말했듯 부티르산은 치밀연접 재배열을 촉진해 장벽을 강화합니다13). 따라서 의간균이 줄면 치밀연접 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하는 TLR4 신호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SCFA 공급이 감소해 치밀연접 단백질의 발현도 떨어지게 되어 단층의 상피세포로 되어 있는 장벽의 투과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즉, 장 누수가 발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장 누수가 발생하게 되면 그람음성균의 LPS가 상피세포벽을 뚫고 고유층(lamina propria)과 혈류로 들어가게 되어 체내에서 더욱 격렬한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LPS가 혈관 상피(혹은 내피)세포나 면역세포의 TLR4에 의해 인식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통해 강한 염증 반응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혈중 LPS 수치로 전반적인 염증 수준 뿐 아니라 누수 정도를 예측할 수도 있다8)고 하죠. 염증성 장 질환인 IBD는 '장 누수(leak gut)' 즉, 장 침투성의 변화로 결정되며, 내독소혈증(metabolic endotoxemia)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11)고 합니다*. 결국 장내미생물 불균형에 의한 과도한 LPS 생성은 장 누수를 초래해 IBD 발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물론, IBD로 인해 장 누수가 발생한 상태에서 병원균들의 체내 침입(혈류 유입)이 격력한 염증 반응을 유도해 IBD의 중증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LPS 유입으로 인한 내독소혈증(metabolic endotoxemia)은 보통 sepsis에서의 급성 염증 반응을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IBD에서도 전형적으로 나타난다11)고 합니다.
이러한 IBD와 같은 염증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면역계의 항염증 기능을 유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치밀 연접 형성을 통해 장벽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SCFA 생성균들이 장 내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거주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SCFA 생성균인 파에칼리박테리움 프라우스니치(Faecalibacterium prausnitzii)는 SCFA의 일종이자 결장 세포들(colon cells)에 영양분이 되는 부티르산(anti-inflammatory butyrate)을 생산할 수 있다2)고 합니다. 여기서 부티르산은 염증을 줄이고 장벽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항염증 산물이죠. 그렇게 염증이 줄어들고 장벽 기능이 향상되면 LPS가 다양한 세포들의 TLR4 신호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그렇게 격렬한 염증 반응을 촉진할 수 있는 '혈류'로 유입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LPS가 치밀연접을 느슨하게 만들어 장의 투과성을 높일 뿐 아니라, 혈뇌장벽을 통과해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이 뇌를 공격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점8)입니다. 그렇게 몸과 뇌에서 염증이 생기게 되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신성 염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인 'TNF-α'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에서 상승한다고 밝혀졌다8)고 합니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하면 장내 미생물 조성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장의 염증을 늘려 장 누수를 유도함으로써 과도한 염증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8). 문제는 뇌에는 염증이 생겨도 통증이나 부기 같은 염증 신호가 없어 알기 어렵다는 점인데요. 이러한 뇌질환과 장내미생물의 관계에 대해선 나중의 글을 통해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글에선 당뇨병과 장내미생물의 관계를 살펴봤었죠. 그때 장내미생물 불균형으로 인한 만성 저등급 염증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해(염증성 사이토카인이 포도당을 흡수해야 하는 세포 내 '인슐린 수용체 기질(IRS)'의 기능 저하 유도) 제2형 당뇨병(T2D) 발달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고혈당으로 인해 나타나는 당화 반응은 최종당화산물(AGEs)이 혈관에 축적되도록 유도해 혈관 손상으로 인한 염증 반응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당뇨병은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심지어 알츠하이머병까지 여러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장내미생물 불균형에 의해 엇나가게 된 염증 반응은 다기관 장애(multi organ failure)를 초래해 우리 몸 곳곳의 기능 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논문15)에서는 염증 반응에 기여하는 염증성 대식세포들(inflammatory macrophage)는 일반적인 대식세포들과는 달리 환자에서 나타나는 염증성 미세환경(patient-dependent microenvironment)에 맞게 그들의 형질을 적응시킨다고 합니다.
"We argue that, compared to canonically differentiated resident macrophages, inflammatory macrophages adapt their phenotype to a variety of patient-dependent microenvironments." 15)
그만큼 염증 조건에서 등장하는 특정한 특징을 갖는 세포들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질병 발달 메커니즘을 이해함에 있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염증 반은은 인체 치유 반응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장내 미생물 균형 유지를 통해 염증 반응이 적절한 수준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 우리 몸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조직 손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암과 장내미생물의 관계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자료
1) 감염, 서울아산병원, URL :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easymediterm/easyMediTermDetail.do?dictId=118
2) Paul JK, Azmal M, Haque ASNB, Meem M, Talukder OF, Ghosh A. Unlocking the secrets of the human gut microbiota: Comprehensive review on its role in different diseases. World J Gastroenterol 2025; 31(5): 99913
3) Zhang, F., Lau, R.I., Liu, Q. et al. Gut microbiota in COVID-19: key microbial changes, potential mechanisms and clinical applications. Nat Rev Gastroenterol Hepatol 20, 323–337 (2023)
4) 필리프 데트머, 강병철 옮김, 면역(IMMUNE), 2021
5) Hashimoto, T., Perlot, T., Rehman, A. et al. ACE2 links amino acid malnutrition to microbial ecology and intestinal inflammation. Nature 487, 477–481 (2012).
6) Yang, S., Guo, J., Kong, Z. et al. Causal effects of gut microbiota on sepsis and sepsis-related death: insights from genome-wide Mendelian randomization, single-cell RNA, bulk RNA sequencing, and network pharmacology. J Transl Med 22, 10 (2024).
7) Wang M, Zhang Y, Li C, Chang W, Zhang L. The relationship between gut microbiota and COVID-19 progression: new insights into immunopathogenesis and treatment. Front Immunol. 2023 May 2;14:1180336.
8) 데이비드 펄머터, 윤승일/이문영 옮김, 장내세균혁명, 지식너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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