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선 저번 글에 이어 '질병과 장내미생물'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48일차] 개요, 장내 미생물과 숙주 면역계 간의 상호작용에 대하여 (+ 항생제의 위험성)
안녕하세요, 오늘은 장내미생물과 숙주 면역계 간의 상호작용 양상 및 분석 툴에 대해 다룬 자료 및 논문들의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하는데요.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몇 가지 주제로 나눠 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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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글에서 말했듯 장내 미생물들은 장 환경에서 장의 점막층, 상피세포, 면역세포 등과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에 이르게 되면 당뇨병, 감염 및 염증성 질환, 암, 자가면역질환, 만성신장질환, 뇌질환 등 각종 다양한 몸의 기능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질병 상태가 장 환경을 변화시켜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유도해 질병의 중증도를 악화시킬 수도 있죠.
그렇지만 장내 미생물 조성이 어떻게 질병 메커니즘에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불명확한 부분이 많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숙주의 유전적 혹은 환경적 요인이 장내 미생물 조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혹은 장내 미생물 조성이 질병 민감성(disease sensitivity) 혹은 약물 반응(drug response)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히는 연구들2)이 최근 과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일환으로 이번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장내 미생물 조성이 우리 몸의 대표적인 질환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각 질병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본 내용은 논문을 주로 참고하긴 했지만, 제 배경지식과 경험의 한계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1. 당뇨병과 장내 미생물
당뇨병(diabetes mellitus)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발생하는 대사질환으로,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은 것(hyperglycemia)이 본 질환의 대표적인 특징3)입니다. 당뇨병 환자에게서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인슐린(insulin)'이라는 호르몬이 포도당을 세포로 유입시켜 혈당 수치를 낮추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포도당이 몸의 조직(tissue)에 유입되지 못하면, 신장(kidney)이 혈류에서 포도당을 걸러낼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해 남은 포도당들이 소변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듯 인슐린이 생성되지 못하거나 기능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많이 생성되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몸안에서 인슐린이 과다하게 기능한다는 것은 포도당을 주변 세포들에 과하게 유입시킴으로써 혈액에 남은 포도당이 적어져 저혈당 상태가 유지된다는 의미이고, 이러한 저혈당 상태에선 포도당이 도달해야 할 가장 몸 윗부분인 뇌까지 포도당이 전달되지 못하여 뇌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도당은 우리 몸의 에너지 자원입니다. 가끔 머리가 안 돌아갈 때 과일이나 초콜릿을 먹으면 왠지 에너지가 보충된다는 느낌이 드는게 바로 그 때문이죠.
인슐린은 몸의 혈당의 아주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작은 단백질이다. 인슐린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게 생산되면 끔찍한 결과가 빚어진다. 우리 몸은 인슐린을 아주 많이 생산한다. 인슐린은 수명이 5-15분에 불과하므로, 끊임없이 보충해주어야 한다. 4)
인슐린은 췌장(pancreas)에서 만들어집니다. 췌장은 인슐린 말고도 트립신, 키모트립신, 리파아제, 아밀라아제 등의 소화효소를 생산하는데요. 이러한 소화효소들을 생산하는 건 바로 췌장의 약 85%로 구성되는 샘꽈리세포(acinus cell)입니다5). 물론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는 샘꽈리세포가 아닙니다. 바로, 췌장의 랑게르한스 섬(Islets of Langerhans) 내에 존재하는 베타 세포가 인슐린을 생성합니다.
우리 몸의 대표적인 인슐린-반응성 기관(insulin-responsive organs)은 '간(liver)'과 '골격근(skeletal muscle)'입니다7). 따라서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이 두 가지 기관이 인슐린의 신호를 받아 식후 포도당 처리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해 혈당(혈 중 포도당 수치)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 혈액에 남아있는 포도당들이 우리 몸의 혈관들을 좁아지게 만들거나 혈관 벽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세포에 의해 청소되거나 사용되지 않은 여분의 당에 독성이 생겨 혈류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당화(saccharification) 반응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9). 당화 반응은 당이 단백질에 비정상적으로 결합(당화)하여 당화 단백질(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 AGE)이 만들어지는 반응으로, 이런 단백질들이 혈관벽에 축적되면서(ex. 혈관벽 단백질과 당이 결합) 혈관을 두껍고 경직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시다시피 혈관은 우리 몸 곳곳에 존재하고, 혈관을 통해 이동하는 혈액은 몸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장기간 유지되는 고혈당 상태는 전신에 걸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당뇨병에 의해 나타나는 합병증으로는 말초 신경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과 눈이나 콩팥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미세혈관 합병증(Diabetic Retinopathy)' 등이 있습니다.
지방을 합성하고 분해하는 과정인 지방 대사(lipid metabolism) 과정도 당뇨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지방대사가 증가하면 세포 표면의 인슐린 수용체가 줄어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지방 대사의 부산물인 지질 대사 산물(DAG(diacylglycerol) 등)은 단백질 인산화 효소(PKC)를 활성화하여 인슐린 수용체 기질(IRS)의 기능 저하를 유도해 인슐린 저항성 상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8). 더 나아가,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포도당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신체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방을 분해하게 되는데요. 이때 생성된 지방 분해 산물은 산성 케톤체가 혈류에 축적되도록 하여 혈관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5).
당뇨병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구체적으로, 몸에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서(못하게 되어) 나타나는 제1형 당뇨병(T1D, type 1 diabetes)과 인슐린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조직에서 완전히 사용하지 못해 나타나는 제2형 당뇨병(T2D, type 2 diabetes)으로 구분됩니다. 앞서 말한 인슐린 저항성이 제2형 당뇨병의 특징입니다. 최근 연구들에서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만성 저등급 염증, 인슐린 저항성 증가 등과 연계되어 제2형 당뇨병(T2D)의 발병 기전에 기여함2)이 밝혀졌습니다. 그 기작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장내미생물 불균형은 공생균의 SCFA 생산 감소, 병원균의 독소 생성 증가 등으로 이어져 장 누수 등으로 인해 장 침투성(intestinal permeability)이 증가하게 되고, 그러면서 세균과 세균의 LPS(리포다당류)*가 혈류로 유입되어 혈액 속에 내독소가 존재하게 되는 내독소혈증(metabolic endotoxemia)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독소혈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만성 저등급 염증(chronic low-rate inflammation)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요. 염증 반응을 촉진시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IL-1, IL-6, 그리고 TNF-α)의 분비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T2D 발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T2D를 가진 환자들의 경우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 감소 및 기회감염균(opportunistic pathogens)의 증가가 나타나며, 이러한 변화는 당뇨병의 발달 및 진행의 핵심 요인인 포도당 대사(glucose metabolism), 인슐린 저항(insulin resistance), 그리고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1)고 합니다. 전 글에서 살펴봤듯 대표적인 기회감염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은 장 내벽에 손상을 가하는 강한 독소들을 생산합니다. 결국 기회감염균이 생산한 독소에 의해 촉진되는 염증 반응이 인슐린 저항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만성 염증 반응은 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게 되는걸까요? 그 부분은 굉장히 복잡한거 같으니 나중에 추가조사가 필요할 때 깊이있게 공부해봐야될 듯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앞서 말했듯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세포의 특정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하여 인슐린 수용체 기질(IRS)의 기능을 저해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 LPS(리포다당류)는 장내세균 50~70% 정도를 차지하는 그람 음성균 외막의 주요성분으로 혈류로 들어가면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체내에서 격력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9)고 합니다.
전 글에서 또한 장내 공생균들은 SCFA(short chain fatty acid)를 생산하며, 이러한 SCFA는 항염증 기능을 수행하는 Treg 세포의 증식 및 분화를 유도한다고 말했었는데요. 결국 장내 공생균들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염증 반응을 완화함으로써 인슐린 민감성(insulin sensitivity)을 개선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챗GPT가 말하길 SCFA는 간 대사에도 영향을 주어, 간에서의 포도당 신생(gluconeogenesis)을 줄이고, 지방 조직에서의 지방분해(lipopolusis)도 적절히 조절해 대사의 항상성을 유지함으로써 인슐린에 대한 저항이 적어지도록 도움을 준다고 하네요. 확실한건 SCFA가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SCFA는 결장 세포들(colonic cells)에서 당뇨병과 연관있는 식욕(appetite), 인슐린 반응, 그리고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2)고 합니다. 그만큼 T2D 환자에서는 부티르산 생성 균주의 감소가 흔히 관찰되며, 구체적으로 최근 연구(사람, 동물 대상 모두)에서는 Faecalibacterium prausnitzii, Roseburia intestinalis와 같은 부티르산(butyrate, SCFA) 생성 종이 T2D 발달에 가장 중요한 미생물 연관 특징(microbiota-related features)임이 밝혀졌다2)고 합니다. T2D 말고도 인슐린이 생성되지 못해 나타나는 '제1형 당뇨병(T1D)' 환자에게서도 SCFA 생성이 저하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나타난다6)고 합니다*.
* '제1형 당뇨병(T1D)' 환자가 인슐린을 생성하지 못하는 데에는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5)고 하는데요. 1) 유전적 결함으로 세포가 재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고, 2) 자가면역질환이 있어 신체의 염증성 면역세포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를 타자로 인식해 공격하고 무력화할 수 있으며, 3)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베타세포가 손상되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두번째 가능성인 자가면역질환은 장내 미생물 조성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제1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인체가 다시 인슐린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구체적으로 줄기세포를 삽입한 다음, 그 세포가 인슐린을 생성하는 기능성 섬세포가 되도록 유도하는 방법5)이 각광받고 있다고 하죠.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당뇨병을 예방 및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인체의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혈당이 너무 높으면 인슐린을, 혈당이 너무 낮으면 글루카곤*을 투여하는, 그럼으로써 혈당 수치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전략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글루카곤(glucagon)은 췌장 랑게르한스섬의 알파세포에서 분비되며,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인슐린과 반대로 혈당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입니다.
연속혈당모니터링(CGM) 모니터는 일반적으로 접착 패치를 이용해 복부 또는 팔에 부착하는 센서이다. 모니터에 포함된 작은 필라멘트는 우리 몸에서 조직 내 세포들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액체인 간질액의 포도당 수준을 측정한다. 이 센서는 몇 분마다 수치를 측정하고 데이터를 펌프, 스마트폰, 기타 기기로 전송한다. 덕분에 환자는 밤낮으로 혈중 포도당 수치를 모니터링하며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할 수 있다.. 이러한 기기는 혈당 수치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대응해 혈당이 너무 높으면 인슐린을, 혈당이 너무 낮으면 글루카곤을 투여하게 될 것이다. 5)
앞서 말했듯 인슐린 저항성은 SCFA를 생산하면서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장내미생물 조성'에 영향을 받는 만큼 장내 미생물 조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식단 조절, 프로바이오틱스, 분변미생물이식(FMT)* 등을 통해 인슐린 민감성을 높여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장내미생물 조성 변화를 통해 자가면역질환을 조절함으로써 제1형 당뇨병의 자연적 경로를 변화시켜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췌장 베타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2). 그렇지만 아직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dysbosis)이 당뇨병 발달 및 나쁜 예후(poor prognosis)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은 아직 불명확한 만큼 장내미생물조성과 당뇨병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후속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분변미생물이식의 경우 감염성 질환의 전달 혹은 장내미생물과 연관된 질병의 발달을 촉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실제로, 2016년 FMT와 연관된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이 보고되었다2)고 합니다.
질병과 장내미생물 간의 관계를 한 글에서 다 다루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각각의 질환에 대해 끊어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감염 및 염증성 질환과 장내 미생물
3. 암과 장내 미생물
4. 자가면역질환과 장내 미생물
5. 만성신장질환과 장내 미생물
6. 뇌질환과 장내 미생물
- 참고자료
1) Paul JK, Azmal M, Haque ASNB, Meem M, Talukder OF, Ghosh A. Unlocking the secrets of the human gut microbiota: Comprehensive review on its role in different diseases. World J Gastroenterol 2025; 31(5): 99913
2) Lucilla Crudelea ∙ Raffaella Maria Gadaletaa ∙ Marica Carielloa ∙ Antonio Moschetta, Gut microbiota in the pathogenesis and therapeutic approaches of diabetes, Volume 97, 104821, November 2023
3) 당뇨병,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URL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6835&cid=51007&categoryId=51007
4) 빌브라이슨 저자, 이한음 옮김, 바디, 까치, 2020
5) 엔드류 랠 지음 / 서종민 옮김, 의학의 대가들, 2023, 상상스퀘어
6) Tillett, B.J., Dwiyanto, J., Secombe, K.R. et al. SCFA biotherapy delays diabetes in humanized gnotobiotic mice by remodeling mucosal homeostasis and metabolome. Nat Commun 16, 2893 (2025).
7) Erion DM, Shulman GI. Diacylglycerol-mediated insulin resistance. Nat Med. 2010 Apr;16(4):400-2.
8) Lee SH, Park SY, Choi CS. Insulin Resistance: From Mechanisms to Therapeutic Strategies. Diabetes Metab J. 2022;46(1):15-37.
9) 데이비드 펄머터, 장내세균혁명, 지식너머, 2016